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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개인적인 '게임 프로그래밍 패턴' 번역 후기

드디어 '게임 프로그래밍 패턴' 책이 나왔다. 하도 계속해서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원고를 고치다 보니 책이 내 손에 들어오고 나서야 번역이 끝났다는 게 실감이 난다. (100페이지 샘플 읽기)

이 책은 내가 작업한 7번째 책이다. 스크럼(2008.10)을 번역한 이후로 매년 한 권씩 책을 내는 걸 목표로 삼았다. xUnit 테스트 패턴(2010.03), Debug It! 실용주의 디버깅(2010.06), 위대한 게임의 탄생 1(2011.10), 위대한 게임의 탄생 2(2012.04), 위대한 게임의 탄생 3(2013.05) 까지 끊기지 않고 1년에 한 권씩 출간할 수 있었다.


2013년 3월 쌍둥이들이 태어난 후로 생활 패턴이 많이 바뀌었다. 매주 나가던 아꿈사 스터디도 못하고 독서량도 훨씬 줄었다. 책 작업은 엄두도 나지 않았다. 게임 개발하랴 애들 키우랴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벌써 2014년 겨울, Game Programming Patterns가 정식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게임 프로그래머라면 다들 한 번쯤 써보고 싶었던 책이 나온 것이다. 지앤선을 통해서 알아보니 이미 9개 출판사가 번역 저작권 입찰에 나섰다고 했다. 이 책은 내용이 좋고 오래 사랑받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입찰을 넣었다. 아쉽게도 다른 출판사가 번역 저작권을 따 갔다. 어느 출판사인지는 알 수 없었다. 2014년 12월 24일 소식도 전할 겸, 떡밥(?)도 뿌릴 겸 이런 트윗을 날렸다.


재미있는 건 2015년 2월에 한빛출판사에서 Game Programming Patterns을 번역해 볼 생각이 없냐고 연락이 왔다는 거다. (내 트윗을 보고 연락한 건 아니라고 하니 이 책이 나와 인연이 있는 걸지도 모른다.) 애들이 막 두 돌이 되었고, 회사 어린이집에 당첨되어 회사로부터 걸어서 5분 거리에 이사온 터라 이전보다는 훨씬 시간이 날 줄 알았다. 아내와 상의 끝에 출판사 제안을 수락하고 번역을 시작한 게 2015년 3월이었다.

한빛 측에다가는 늦어도 6개월이면 번역을 끝낼 수 있을 거 같다고 큰소리를 쳤다. 2016년 6월 1일에야 책이 나왔으니 실제로는 1년 3개월 걸린 셈이다. 한빛에서 교과서 작업한다고 3개월 정도 일을 진행하지 못한 기간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훨씬 오래 걸렸다. 'xUnit 테스트 패턴'은 900 페이지가 넘는 책이었지만 8개월만에 끝낼 수 있었다. 책에 예제소스도 많고 내용도 쉬운 편이기도 했지만 주말에는 하루 종일 집중해서 작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하루에 적어도 3페이지씩 진도를 나간다'는 목표를 세웠고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그럭저럭 꾸준히 해 나갈 수 있었다.

'게임 프로그래밍 패턴'은 달랐다. 육아와 책작업을 병행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쌍둥이다 보니 아빠, 엄마가 다 필요한 때가 많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보통 7-8시, 아이들 재우고 나오면 9-10시가 넘었다. 그제서야 밀린 집안일을 하고 아내와 얘기도 좀 하다보면 어느새 잘 시간이다. 육아로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줘야 했다. 집에서 술먹는 횟수는 오히려 늘었다. 애들이랑 놀때도 번역 진도를 나가야 하는 생각에 아이들에게 집중하지 못해 '영혼없는 육아'를 한다고 아내로부터 잔소리를 많이 들었다.

책 내용도 어려웠다. 저자가 유머를 많이 써놓다보니 한국어로 맛깔나게 번역하기가 어려웠다. 성적인 표현도 몇 개 있어서 저자와 얘기 끝에 제거했다. 자가 출판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내용에 오류가 있거나 앞뒤 문단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도 가끔 있어서 저자와 함께 고쳐가면서 번역했다. 게임 기술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는 데다가 직접 스크립트 언어를 만들 정도로 저자의 관심 범위가 넓어 배경 지식도 많이 공부해야 했다.

다행히 저자인 밥(Bob)은 이메일로 받은 질문을 정말 성실하게 답변해 줬다. 이 책을 쓰는 동안 원고를 reddit에 공개하고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다듬었던 경험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50번 이상 이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300개 넘는 질문에 밥이 대답해 주지 않았더라면 정말 힘들었을 테다.

알파리더, 베타리더들도 큰 도움이 되었다. 베타리딩은 여러 번 해 봤지만 알파, 베타 2번에 나눠서 검토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오류, 오문을 고칠 수 있었다. 실력이 출중한 현직 개발자들에게 여러 번 리뷰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인적 자본인지를 알 수 있었다.

다행히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던 책이었나 보다. 2016년 6월 3일 Yes24 IT 모바일 5위(판매지수 6735), 알라딘 컴퓨터/모바일 주간 4위(Sales Point 2160)인 걸 보면 초기 판매량은 괜찮은 편이다. 인세 계약이 아닌 매절 계약이라 책이 많이 팔린다고 해서 돈이 더 들어오는 건 아니지만 오래 고생한 책이 사랑받는 모습을 보는 건 언제나 즐겁다.

다시 얘기하지만 드디어 책이 끝났다. '연재를 하는 작가는 문화의 소비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고 윤태호 님이 그러더라. 번역하느라 살펴보지 못한 것들, 만나지 못한 사람들을 챙기며 다시 채워넣으려 한다.

PS: 빠른 시일안에 각주로 넣어놓은 URL이나 참고자료들을 블로그에 정리해 올릴 계획이다. 오역이 있거나 궁금한 점 있으면 블로그에 댓글로 써 주시라.

덧글

  • D 2016/06/09 15:48 # 삭제 답글

    좋은책 번역 감사드립니다.
  • ruendi 2016/06/09 17:36 # 삭제 답글

    허..미리 알았으면 몇개월전에 일본어판을 안샀을텐데..가독성을 위해 번역판을 다시 사야겠네요 번역감사드립니다
  • 박PD 2016/06/10 17:43 #

    감사합니다. :)
  • 감사합니다 2016/07/29 10:29 # 삭제 답글

    정말 감사합니다.
  • 시끄 2016/08/30 16:19 # 삭제 답글

    책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54페이지 -> 마지막에서 끝에서 4, 3 번째 줄 Chump가 따귀를 맞았다. -> Harry가 따귀를 맞았다가 맞는거 같습니다.
  • 조용한 둘리 2016/09/23 02:07 #

  • codeonwort 2016/11/12 21:05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좋은 책 잘 읽었습니다. 책 원래 내용도 알차지만 번역이 정말 잘 되었네요.
  • 박PD 2016/11/16 02:42 #

    감사합니다. :)
  • 손날두 2016/12/16 00:47 # 삭제 답글

    좋은책 정말 잘 읽었습니다. 원문 내용에서도 정말 프로그래머들이 많은 "삽질"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적혀있었나요 ㅋㅋ궁금하네요
    개발자로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 박PD 2016/12/18 21:57 #

    우리 프로그래머들은 오랜 삽질을 통해서 클래스 상속구조가 복잡하면 유지보수하기 힘들다는 걸 체득했기 때문에 -> Most of us learned the hard way that big class hierarchies like this are a pain to manage...
    삽질 끝에 상속은 너무 무거운 망치라는 교훈을 나중에야 체득할 수 있었다. -> Since then, we’ve learned the hard way that it’s a heavy hammer indeed...
    지금 보니 '삽질'이라는 단어는 3번 정도 사용했네요. 다른 단어도 번갈아가면서 썼으면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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