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문화비평은 생선회를 뜨는 '일'같다. 뼈에서 살을 발라내 한 겹씩 물기를 제거하고 배열하는 것, 거기에 문화비평의 묘미가 있다. 쟁반 위에 놓인 살은 더 이상 '생선'이 아니라 '회'로 거듭난다. 생선은 사라지지만 입을 즐겁게 하는 맛이 태어난다. 회가 살아 있지 않다고 투정부리는 사람은 없을 테다. 문화비평은 간장과 초장을 버무린 알싸하고 고소한, 죽은 생선의 맛을 위해 칼끝을 겨누는 행위이다." - 이택광의 저서 '무례한 복음' 서문의 첫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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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포탈'은 덜도더도 아닌 잘 만든 퍼즐FPS 다. 그런데
'포탈' 게임비평 발표자인 김수빈 님은 처음부터 라깡의 '거울단계'를 언급하면서 '포탈 1'에는 억압적인 괴물어머니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성장하려는 아이의 모습을, '포탈 2'에서는 이렇게 적대시하던 어머니를 이해해 나가기 시작하는 아이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는 거다. 링크에 적혀있는 글만 읽어봐서는 '너무 비약이 심한게 아니냐'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포탈 디자이너도 무의식적으로 이런 생각을 했던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앞뒤가 잘 맞아떨어져서 강연 내내 신기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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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쿠 왕자님' 역시 마찬가지다. '어이쿠 왕자님'은 '프린세스 메이커' 스타일의 동인 게임이다(
위대한 게임의 탄생 2권에 포스트모템이 수록되어 있다).
'어이쿠 왕자님' 게임 비평을 듣지 전까지만 해도 왜 이런 아기자기한 게임에 아오이나 BL(Boys Love. ボーイズラブ) 요소가 들어갔는지를 이해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어이쿠 왕자님' 발표자이자 열혈 팬픽 작가이기도 한 장민지 님은 '여성이 성적, 육체적 피해자로 표현되는 포르노 영상'을 보면서 등장여배우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데서 오는 심적 불편함이 등장인물이 모두 남자인 BL 에서는 없다는 점을 BL 의 장점으로 지적했다. 이런 설명을 듣지 않았더라면 남자인 나로서는 앞으로도 전혀 BL 을 좋아하는 이유를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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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탈'이나 '어이쿠왕자님' 개발자들이 게임비평에서 제시한 거창한 이론을 의식하면서 게임을 만들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 무의식 어딘가에서는 '아브젝시옹'이나 '젠더 전복'을 표현하려는 욕구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익숙한 게임을 낯설게 보게 해 줘서 게이머와 게임개발자 모두에게 큰 영감을 준 김수빈 님과 장민지 님께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이런 게임비평을 계속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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