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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문서] 진산의 와우 공격대 이야기 (WOW) 1-15편 - 펌금지입니다. 게임 이야기

진산님과 연락해서 이 글을 여기에 공개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습니다.
단, 다른 곳에 퍼가는 것은 절대 불가 라고 하십니다.
좋은 글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협조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7년 12월 좋은 리더가 되는 길 - WoW 의 공격대 이야기 이라는 글을 올렸었습니다.
옛날 블로그를 정리하다가 원문 링크를 열어보니 없어졌더군요.
이 분 덕분에 웹 아카이브에 자료가 꽤 많이 정리되어 있다는 걸 발견했지만
이게 언제 없어질지 몰라서 제 블로그에 옮겨 놓습니다.
저작권 부분이 걱정되는데 문제가 될 경우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퍼온글은 inven 게시판에 있던 내용입니다.

본문중에서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
방어특성의 전사는 다르다. 그들이 해야할 일에는 한계가 없다. 타 클래스에게 부여되는 '운명'의 한계를 결정짓는 것이 바로 그들의 역할이다. 그들이 확보한 어그로 만큼, 나머지 클래스의 한계는 확장된다. 그들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은 오직 그들 자신의 어그로 확보 능력과 생존 능력 뿐이다. 한계는 그들 안에만 있다. 그리고 그들이 바로 타인의 한계를 만든다. 이것이, 바로 방어특성의 전사를 던전 내의 리더로 만드는 힘이다. 그들이 꽂아둔 어그로의 깃발이, 파티원이 마음껏 달려갈 수 있는 한계선이 되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그 얼마나 비현실적인 존재인가? 타인을 위해서 대신 맞아준다. 타인을 위해서 몹의 모든 미움을 독차지한다. 오직 그것만이 그들의 존재이유인 방어특성의 전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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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공격대 이야기를 시작하며.

나는 요 몇 달 (근 일년이라고 써야 옳겠지만 조금이라도 덜 폐인처럼 보이기 위해와우라는 게임에서 공대장 노릇을 하고 있다.

나를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내가 무슨 일을 삼 개월 이상 하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거의 기적이다변화 발전도 없이 무의미하게 ‘그놈의 정 때문에’ 유지되는 지루한 인간관계를 냉소하며인간은 한 명일 때 가장 강하고 두 명이면 절반의 힘 밖에 내지 못하며세 명이면 다 바보가 된다고 믿고 사는 내가 말이다.

사실 내가 생각해도 참 신기한 노릇이다이번 기회에 공격대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봐야겠다고 결심한 것은이제 슬슬 손가락을 풀어야할 때도 되었기 때문이다몇 달 간 타이핑이라고는 ‘어그로 조절!’ ‘탱커 힐 집중하세요’ ‘누구누구 포인트 10’ 이런 것만 쳤더니 뇌에서 부사라든가 형용사 같은 것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얼마나 오래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한 가지는 분명히 말해둬야겠다지난 번 이 블로그에 올렸던 동영상이 좀 더 저화질로 압축되어 다른 와우 커뮤니티에 게시된 일 때문에 정체 다 들통 나고 후과가 만만치 않다. -_-;

온라인 출판물이라고 해도 퍼블리싱의 원형태는 존중 유지되어야 한다무한복제 지식전파는 링크만으로도 충분하다링크를 따라가기조차 귀찮은 사람은 안 읽으면 된다고로,

퍼가지 마세요다른 곳에 알리고 싶으면 링크로 충분합니다.

링크는 허락 받으실 필요도 없습니다.

그럼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1. 공격대란 무엇인가?

공격대란 레이드팀을 말한다와우에는 레이드라는 게 있다그동안의 게임 상식으로 레이드라는 건 많은 수의 플레이어가 아주 어려운 몹을 잡기 위해 조직적으로 싸우는 행위를 말한다고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이번 기회에 Raid 의 사전적 의미를 네이버 사전에서 찾아보니 꽤 재미있었다.

raid

1 (점령할 목적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타격을 주기 위한 갑작스런습격급습기습;공습(=air raid) on, upon

2 (경찰의현장 급습불시 단속일제 검거3 (약탈 목적의침입;불법 침입

4 (권력자의자금 유용

5【금융】 (주가 폭락을 노리는 투기꾼의)...

1번과 4번 해석에 특히 주목해주시라. ^^ 이걸 보면 왜 그 수많은 공격대에 부정 비리 문제가 있는지를 알 수 있다. -_- 공대 비리 문제는 숙명이었던 것이다!

와우를 모르는 분들은 ‘아니 게임에 무슨 부정 비리?’ 할 수도 있겠지만 그야말로 이 동네는 복마전이라 온갖 권력 남용과 부정 비리에 대한 뒷말이 그치지 않는다사실 정치판과 비슷한 곳이기도 하다그리고 그 점이 (최소한 나에게는매우 유쾌한 부분이기도 하다.

 

2. 왜 공격대인가?

소규모 3-6인 정도로 각 클래스 역할을 수행하면서 어려운 몹을 잡는 것은 그냥 파티 플레이라고 한다하지만 월드를 지배하는 강한 몹을 상대하게 될 땐 그만큼 많은 사람이 필요하고이런 몹은 보통 해당 게임의 서사에서 큰 역할을 맡고 있는 ‘이름 있는’ 몹이기 마련이다통상 네임드라고 한다.

네임드 공략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팀웍 역시 중요하다때문에 많은 레이드가 고정적인 팀 중심으로 수행된다이것이 공격대다.

공격대레이드 사냥의 개념을 내가 알게 된 것은 에버퀘스트 1 때부터였던 것 같다그 전에 했던 온라인 게임의 신화 울티마 온라인은 모체가 된 울티마 시리즈의 특징대로 조직적인 사냥보다는 가상세계 안에서 분신의 정체성이 더 강조된 느낌이었다그곳에서 플레이어는 브리타니아의 ‘개인’ 이었던 거다.

얼마 전 게임 방송에 리처드 개리옷이 나와 울티마 시리즈의 특별함은 게임을 통해 ‘모럴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는 점이라고 술회하는 장면을 보았는데게임을 도덕교과서로 쓸 수 있다는 이야기에 내심 웃음이 나긴 했으나제작자가 저런 생각을 가졌기 때문에 울티마 시리즈의 그 고독하고 깊은 개성이 유지될 수 있었던 건 아닌가 싶다.

예전 어느 게임 커뮤니티에 누군가가 울티마 온라인은 실패한 시뮬레이션이며에버퀘스트는 성공한 머드다 라고 표현한 바가 있는데전부 다는 아니지만 그 표현에 일정정도 동의하는 바가 있다직업 역할의 조직적 수행이 보다 강조된 새로운 방식의 가상세계인 에버퀘스트가 대규모의 집단 전투인 레이드의 전범을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그 뒤로 많은 게임 속에 레이드 형태의 컨텐츠가 들어갔고그간 모든 온라인 게임의 장점들만을 수용했다고 하는 와우도 예외는 아니다.

사람들은 왜 레이드를 할까좀 더 강해지고 싶어서좀 더 강한 몹과 싸워 승리함으로써 자신이 강해졌다는 사실을 확인받고 싶어서혹은 좀 더 강한 아이템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무장하고 싶어서?

이 질문은 좀 더 근본적인 것으로 환원해보면 이렇게 된다사람들은 왜 롤 플레잉 게임을 할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소꿉놀이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이유연극과 같은 제의가 어느 문화권에서나 발견되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 찾는다그 어떤 종교적인 다독임에도 불구하고인간의 삶은 일회적이다물론 윤회와 재생을 믿을 수는 있다그러나 오컬트가 아닌 다음에야 기억의 재생까지 보장해주지는 못한다한껏 양보해서 말해도 내가 나의 기억을 가지고 살 수 있는 삶은 일회적이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현재의 내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보장되면 거기에 쉽게 만족하지 않고 삶을 확장하고 싶어 한다내가 지금의 내가 아니었다면내가 다른 삶을 살 수 있었다면그렇게 살아가고 싶어 하는 모델들은 현대의 안온하고도 지루한 삶이 아니라 보다 피 튀기는 삶예의와 상식의 가면이 사라지는 삶이다롤 플레잉 게임은 그런 욕망을 만족시켜준다.

삶의 확장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인간의 욕망이 아닐까영생을 원한 진시황도 역시 삶의 확장을 원했다낮에는 성실한 회사원으로 살다가 밤이 되면 전화기 앞에 앉아 음란 전화를 일삼는 어딘가의 누구도 역시 그 나름의 방식으로 삶의 확장을 갈구하고 있는 걸 거다.

다시 돌아가서공격대 활동을 하는 플레이어는 공격대의 틀을 통해서만 확보될 수 있는 보다 특수한 형태를 취한 삶의 확장을 원하는 거다.

1. 소수의 힘으로는 잡을 수 없는 적을 다수 활동으로 물리치는 경험.

2. 소수의 힘으로는 획득할 수 없는 전리품을 다수 활동을 통해 얻어자신을 강화시키는 경험.

따라서좋은 공격대라는 것은 극단적으로 저 두 가지 목적만 수행하면 되는 것이다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다수의 인간이 모여 있기 때문에다시 말하지만 인간은 모일수록 바보가 된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

와우의 공격대는 40명으로 구성된다그러므로 공격대의 활동이란 40명의 바보 40분의 1이 된 인간들의 집합 활동이다.

지금부터 시작할 이야기는바로 그 40명의 바보들이 위의 두 가지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싸우는 이야기인 셈이다.

 

3. 어쩌다 공격대에 들어가게 되었나?

여기 갓 만렙을 찍은 성기사가 있다이 성기사 캐릭의 주인은 갈림길 앞에 서있다만렙 찍어봤으니 이제

1. 게임을 접어?

2. 다른 클래스를 키워봐?

3. 지금껏 경험한 거 말고 용이라든가 정령신이라든가 좀 더 센 몹을 잡는 레이드팀이 있다는 데 거기 끼어봐?

이 성기사는 3번을 택했다그런데 레이드 자리를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당시 서버에는 몇 개의 공대가 있었던 모양인데,이 성기사는 퀘스트도 가능한 혼자 수행하는 쪽을 좋아했고길드 활동도 번거로워서 중간에 때려치운 성격의 소유자다.

물론 공격대 역시 집단이니 길드 활동만큼이나 번거로울 것이라는 건 짐작했다그러나길드와 공격대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길드는 조직의 유지 자체가 제 1목적이기 쉽다. (레이드 목적의 길드가 아닌 바에야이런 목적은 대부분의 경우 질척질척하고 끈끈하다그러나 공격대는 다르다공격대의 목적은 공격대의 외부즉 게임 세계의 강인한 몬스터에 있다그러니까 그 몬스터를 쓰러뜨린다는 목적 하나로 조직생활의 사소한 트러블은 견딜 수 있다라고 이 성기사는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 -_-;;; 혼자 살아온 성기사에게는 연줄도 없다이미 존재하고 있는 공격대에 덥석 들어갈 수는 보이지 않는다사실 귀찮아서 그런 걸 찾아다닐 생각도 하지 않았다. -_-;;

그러던 차에 공개창에 뜬 ‘신생 공대 모집 중’ 이라는 광고!

 덥석!!

이때사실 이런 생각을 했다.

‘공대 전투가 어떤 건지 경험이나 해보자계정도 얼마 안 남았으니 대충 경험하고 접으면 되겠지

이때그 성기사는 공대장이 될 생각이라든가일년 가까이 공대에 몸을 담을 생각 따위는 *전혀하지 않았다.

...... 하지만 그게 나락의 시작이었다.

 

4. 용사들의 첫 나들이

2005 7 25두근두근 첫 출정.

레이드 행선지는 화산심장부 라는 공격대 인스턴스 던전이다.

화산심장부는 딱 간판 보면 알 수 있듯이 매우 ‘뜨거운’ 곳이다불의 정령 라그나로스를 현재의 차원으로 모셔오려는 일부 악당들의 음모가 이루어지는 ‘심장부’ 이기도 하다.

이글대는 용암과 유황의 독연 사이로 불의 군주용암거인화산심장부 사냥개와 같은 뜨거운 몬스터들이 어슬렁거리고 있다.

화산심장부에는 라그나로스의 부하인 8명의 정령 네임드들이 군데군데 있고그들 근처에는 심장부의 비밀과 관련된 룬이 박혀 있다이 불타는 룬을 차례차례 모두 꺼버려야 심장부의 중심에 있는 불의 정령 라그나로스에게 갈 수 있다.

첫 출정이 시작되는 시간.

공격대를 결성하고 사람을 모은 공격대장의 초대를 받아 30명 이상의 공대원이 모였다긴장된 순간!

 화산심장부 인던의 진입 방식은 (지금은 패치되어 달라졌지만매우 드라마틱하다검은 바위산의 한 가운데 있는 돌탑에 창문이 있는데그 창 밖으로는 이글대는 용암이 출렁이는 모습만 보인다용암 속에 몸을 던지면 누구라도 뼈와 살이 타서 죽고 만다.

그런데, ‘화산심장부와의 조화라는 퀘스트를 마친 사람이 그 창으로 뛰어들면 기묘한 일이 생긴다분명히 용암 안으로 뛰어들었는데 화산심장부라는 특수한 던전에 도착하게 되는 것이다.

화산심장부(이하 화심)의 입구에는 두 마리의 거대한 용암거인이 버티고 서있다화심의 수문장인 셈이다덩치부터가 지금껏 보아온 작은 던전의 괴물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끽해야 오거 정도만 상대하다가 처음 맞닥뜨린 용암 거인의 위용이란 그야말로 쿠어어어 –그 자체다.

물론 처음으로 화심에 온 것이 아닌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난 처음이었고당연히 긴장과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드디어 집결이 완료되고사냥꾼이 입구의 거인을 풀링 해오면서 공대 첫 출정이 시작된다.

!!!!

칼이 휘둘러지고마법이 난사되고여기저기 쓰러져 눕는 사람들이 보이고화심의 입구는 아수라장이 된다세상에이렇게나 안 죽을 수가작은 인던의 보스보다도 훨씬 어렵다단지 입구를 지키는 수문장 주제에!

문제는이놈들은 단지 졸개에 불과하고첫번째 네임드 앞까지 이런 류의 졸개들을 무수히 해치워야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무도 당당하게 시작된 첫 출정온갖 고생을 하면서 ‘졸개들과 싸운 30여명 (정원은 40명이지만 첫날부터 40명이 다 모이진 않는다;)은 상처투성이가 된 채로 그날 끝무렵 간신히 첫 번째 네임드인 루시프론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멋지게 전멸해 버렸다. ^^

 

5. 격세지감

요즘 아이언포지의 공개창을 보면 오닉 화심 막공 모집 광고가 무척 많다막공이란 막가는 공격대 -_-; 그냥 공개창에서 모아 한 회 뛰는 임시 프로젝트 레이드팀인 셈이다.

작년에 내가 처음 레이드를 시작할 때만 해도 감히 화산심장부를 오합지졸 -_-;; 모아서 간다는 건 상상도 못했는데 세월 정말 많이 변했다공략이 많이 공개되기도 했고이미 경험이 있는 플레이어들이 다른 클래스 캐릭을 키워 가면 체감 난이도가 하락하기도 하고, 4대 인던템과 화심템 사이의 간극을 메워주는 줄구룹이나 안퀴라스 같은 20인 레이드 던전도 생겼고……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거다.

정규 공대가 화심 일정을 쉴 때면 아이템 번쩍 경험 풍부한 레이더들도 막공대 인력시장으로 다량 풀려 나온다사실 요즘 같아서는 리드하는 소수 그룹만 조금 경험이 있다면 화심 정도는 충분히 공개파티로 갈 수 있는 난이도가 된게 아닌가 싶다플레이어들의 적응력이란 항상 무시무시하다.

실제로 올해초 구정때였던가구정 연휴 때문에 우리 공대 정규 일정을 쉬었는데그 틈에 명절을 쇠지 않는 공대 주력 몇 명이 검은날개 둥지 막공대를 조직해서 갔던 일이 있다대충 건방지게 예상하기를송곳니는 몇 번 전멸하고 잡을 것이고,벨라에서 좌절하지 않겠나 –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첫날 벨라까지 잡더라벨라 1-3탱을 우리 공대 전사가 했기에 어그로 인계 호흡이 잘 맞았던 점 + 벨라 체력 너프 직후였던 점 + 비록 최고급 무기가 도리깨검 수준인 녹파템 도적분들일지라도 7명이나 있으니 무한기력으로 뎀딜이 제법 되더라는 점 + 검둥 막공이라는 점 때문에 더욱 긴장하고 브리핑에 잘 따라준 초보들 + 초보들과 한다는 생각으로 더욱 긴장하고 열심히 임했던 경험자들의 힘이었다고 여겨진다설날의 그 검둥 막공대는 다음날 여세를 몰아 용기대장까지도 클리어하고 화염아귀는 비록 화염저항력의 벽을 못넘고 실패하긴 했지만 체력 20프로까지 깎는 성과를 남겼다.

며칠전 공대 화심 일정을 쉬던 주간에, 40인 인던이 아니면 더 이상 긴장감조차 느끼지 못하는 ‘메인탱커 증후군에 시달리는 우리 공대 메인탱커님을 모시고 --;; 상층팟 모으듯이 화심 막공을 모아서 간 적이 있는데 라그 킬까지 3시간 걸렸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호흡을 맞춰본 적도 없고 템 상태도 모르는오다 가다 만난 사람들로도 이제는 3시간이면 끝낼 수 있는 화산심장부.

그러나작년 7 25일에 그 입구에 들어섰던 우리들은 라그나로스를 쓰러뜨리기까지 2개월이 넘는 시간을 들이받아야만 했다.

 

6. 초보 기사의 영광그리고 몰락

다시 이야기는 첫 네임드인 루시프론에게 전멸하던 그때로 돌아간다루시프론은 삼지창든 돈벌레처럼 생긴 놈이다.그리고 비슷하게 생긴 쫄따구 두 마리를 달고 다닌다루시프론을 처음 대면할때 초보 성기사는 참으로 와들와들 떨었다.도대체 40명이 달려들어도 때려잡을까 말까 하다는 레이드 네임드가 얼마만한 위력을 가지고 있는지 체감이 안됐기 때문이다출정하기 전에 읽어본 바로 성기사가 해야할 일은 이러했다.

1. 성기사는 레이드 중에는 절대(!) 자신이 밀리클래스라는 생각을 하면 안된다그냥 판금 입은 힐러다.

 => 도전 중인 공격대에서는 이게 상식이었다물론 공략 다 끝나고 장비 좋아지고 호흡 잘 맞으면 성기사도 딜러하고 드루이드가 라그 탱킹도 한다하지만 어디까지나 기본은 판금 힐러(!)인 것이 성기사의 레이드상 위치다.

2. 루시프론은 일정 주기마다 매우 아픈 광역 마법과 치유효과 감소의 저주를 건다이걸 잘 해제 하지 않으면 공대원들이 팍팍 녹는다.

 => 성기사는 와우에서 제공되는 해로운 마법(디버프중에 질병/마법/독 세 가지를 해제할 수 있다그러므로 루시프론 전에서 성기사는 힐도 하면서 디버프 해제도 해야 한다.

그래서 초보 성기사는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다장비도 가능한 지능과 치유량을 높이는 걸로 열심히 골라 차고! +_+

 디버프 해제에 도움이 된다는 애드온(와우 기본 제공되는 인터페이스 외에 부가 기능들을 도와주는 프로그램 같은 거다)도 하나 깔고 갔다.

어머 그랬더니 웬일녹파템 줄줄이 입고 온 첫날 출정 공대원 성기사 중에 제법(!) 마나가 높은 편이라 당당히 1파에 배속이 됐다. +_+

공격대는 총 8개의 파티로 구성되는데 여기서 파 순서 서열상 역할 개념이 조금씩 다르다추가되는 인던에서는 좀 다른 면도 있지만 화심에서는 일단 1파티가 메인탱커와 메인힐러등으로 구성되는 가장 책임 막중한 메인파티 2파티가 그걸 보조하는 서브 파티뒤로 갈 수록 힐러 배치는 적어지고 가능한 자생을 요구하는 파티가 된다.

레이드 몹의 디자인이 달라지고 공략법이 복잡해지면서 필수 생존해야하는 역할이 1,2파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게 된 지금도 어쨌거나 1,2파의 상징적인 의미는 여전히 남아있다심지어 달랑 두개 파티로 가는 첨탑 상층 같은 곳에서도 2파에 배속이 되면 은근히 기분 나빠(!?) 하는 부지런한 사제도 있고오닉시아 막공대를 가면 서로 1파에 안 가려고 생떼를 쓰거나 용맹셋 기원셋을 몰래 갈아입으려는 음모도 횡행한다.

 

암튼 화심도 처음인데 가자마자 1파에 배속이 된 초보 기사가 엄청나게 긴장한 가운데 첫 루시프론전이 시작됐다두 마리의 수호병을 공대원들이 하나하나 잡아죽이는 동안 1파는 루시프론을 데리고 멀리 가서 버티기를 해야 한다잠시 후 루시프론의 광역 마법 시전디버프 해제 준비!

.....

.... 

.....

40명에게 동시에 걸린 디버프 상태를 로딩하던 애드온은 그대로 화면을 멈춰세웠고풀리고난 직후 성기사의 눈에 보인 것은

시체 시체 시체 시체 (...)

화면 가운데에는 6분 후에는 자동으로 무덤에 가게 됩니다 라는 빨간 창 뿐이었다.

기사의 임무인 치유나 해제는 단 1개도 하지 못했다. ()

그뒤 몇차례나 루시프론에게 재도전을 했지만 여전히 같은 현상이 일어났고결국 마나만 높고 뭐 하는거 제대로 없는 성기사는 냉혹한 인사발령에 의해 바로 8파로 쫓겨났다! (...)

이때부터 이 초보 기사는 아주 특수한 지위를 맡게 되었는데그것은 바로 '부활조'라는 것이었다. (....)

 

7. 달려라부활조

부활조란 무엇인가?

이걸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와우 상식들을 알고 있어야 한다.

1. 와우에서 부활 마법은 '전투에 참여하지 않은 상태'일 때만 캐스팅이 가능하다.

2. '
전투 참여'는 몹에게 공격을 하거나/몹과 전투중인 아군에게 치유/해제/버프 등의 마법을 사용했을 때 이루어진다. : 이 경우는 능동적인 참여로전투중인 적이 모두 섬멸되었을 때만 해제된다
.

3. 
적의 '광역 공격'에 걸렸을 때도 '전투에 걸릴 수 있다' : 이 경우는 수동적인 참여로더 이상의 능동적인 참여를 하지 않은 채 일정 시간이 지나거나 적으로부터 한참 먼 거리까지 도주를 하면 자동으로 풀릴 수 있다.


그래서장기전을 요하면서 중간에 사상자가 자주 발생하며가능한 사상자를 도로 일으켜세워서 전력을 보충해나가야할 필요성이 있는 네임드전을 할때는 바로 부활조를 가동하는 것이다.

부활조는 이렇게 움직인다공대원들이 모두 전투에 참여할 때 혼자 뒤에서 물이나 빵 먹으면서 논다. (...) 그리고 전 공대원의 상태창을 주목하고 있다가 사상자가 발생하면 비로소 근무에 들어간다
.

가능한 적의 광역 마법에 당하지 않도록 외곽을 돌아서 시체가 있는 곳으로 접근한다최대 사거리에서 부활 캐스팅을 하고 상대가 빈사상태로 일어나면 재빨리 힐 한 방을 넣어주고 다시 먼 거리로 후퇴한다또 사상자가 발생하면 위의 행동을 반복한다
.

어찌 보면 쉬운 일 같긴 한데공략을 막 시작한 네임드전에서는 저것도 나름 고된 일이었다

지난 번에 이야기한 화산심장부의 첫 네임드 루시프론은공대 출정 첫날에는 잡지 못했지만 둘째날에 바로 잡아버렸다.여기서 사기충천한 공대는 두번째 네임드인 마그마다르를 향해 돌격했다
.

마그마다르는 다리가 짧고 머리가 두개 달린 무지막지 큰 개 같이 생긴 놈으로 입에서 불을 뿜고(불개), 가끔 광폭한 상태가 되어 데미지가 상승하며(미친 개), 주기적으로 울부짖는 소리 공격으로 공대원을 공포에 몰아넣어 우왕좌왕하게 만들며(무서운 개), 결정적으로 루시프론보다 체력이 높아 다 잡는데 한세월 걸리는 놈이었다. (튼튼한 개
)

이런 크고/뜨겁고/미친데다/무섭고/튼튼한 개가 화산심장부의 두번째 수문장인 셈인데처음 공략할 때는 정말 34차원 너머의 공략 불가능한 존재로 보일 정도였다일단 화염저항 수치가 낮은 초창기 공대의 입장에서는 마그마다르가 토해놓은 불덩이 위로 공포에 걸려 잘못 들어갈 경우 클래스를 불문하고 순식간에 불에 타서 사상자가 발생해버린다초창기 공대의 데미지 딜링 능력으로는 마그를 잡는데 한참이나 걸리는데모든 힐러가 메인탱커만 힐을 한다고 해도 역시 초창기 공대의 힐링 능력으로는 그 딜링 시간 동안 탱커를 살릴 힐량과 마나량이 확보되지 않는다중간중간 사상자가 발생하면 딜링과 힐링 능력은 점점 감소하고결국은 힘이 딸려 전멸로 이어지는 것이다
.

몇번 마그마다르에게 고생을 한 끝에 공대의 전술은 점차 한 방향으로 정리가 되어갔다모든 힐러는 메인탱커를 살리는데 주력하되마나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체 힐러를 3개조로 나눠 1조가 힐하는 동안 2,3조는 최대 힐 사거리 밖에서1조 힐러를 힐하거나 공포 해제를 해주면서 마나를 세이브하고 대기/ 1조의 마나가 바닥이 날 때쯤 2조와 1조가 자리 교체다시 2조가 바닥이 날 때쯤 3조와 2조가 교체 하는 식으로
.

이 와중에 딜러들은 알아서 살아남기 위해 갖은 몸부림을 쳤다하지만 어쩔 수 없이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하고힐러들도 아차 하는 순간에 눕기도 한다바로 이때부활조가 등장하는 것이다. +_+

보통은 성기사 1명 사제 1명으로 구성해서 부활''라고 말하는데말은 부활조지만 실제로는 거의 대부분 나 혼자 했다. ==; 게다가 그때는 공대 초창기라 40명 풀공대가 되지 않을때가 많았고혹시라도 같은 파티의 전체 치유 등 영향을 받아 전투에 걸리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나는 늘 혼자 따로 8파에 배치가 되었다파티창으로 이야기할 파티원도 없이 외톨이였다.

그 상태로 전투에 참여도 못하고 누군가 죽지는 않을까 유심히 관찰하다가 눕는 것이 보이면 번개같이 달려간다마그마다르의 공격 범위 밖에서 부활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상자가 발생하는 장소는 늘 그렇게 형편이 좋기만 한 건 아니다부활 캐스팅은 총 10초가 걸린다타겟을 잡고 캐스팅이 끝나기를 기다리면서 속으로 빈다제발 이 10초 사이에 전투에 걸리지 않게 하소서
.
그러나 영락없이 광역 공포가 날아온다그러면 9초쯤 완성된 부활 주문이 깨지고 공포에 걸려 우왕좌왕을 한다. --;; 여기서 전투에 걸렸다고 당황하면 노련한 부활조가 아니다! (...처음에는 당황했다는 이야기다이렇게 걸린 수동적 전투 상태는 몇초만 참으면 사라진다그럼 다시 동일 대상을 향해 부활 캐스팅을 시작한다그러다가 이번에는 맵 이곳저곳에 랜덤하게 떨어지는 마그마다르의 불덩이 공격이 하필 내 위로 뚝그럼 다시 부활 캐스팅이 깨지고
 ...

천신만고끝에 한 명을 부활시킨다그 사이에 3명이 또 죽었다사망자는 자기 위치를 미니맵에 클릭한다그러면 맵 여기저기서 살려달라는 아우성이 '' ''하는 클릭 사운드로 들려온다 ㅠㅠ몸은 하나인데한 번의 부활 캐스팅이 그때마다 성공하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마치 노르망디의 해안을 달리는 위생병이 된 심정으로 부활조는 처절하게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리는 것이다 ! --

 

8. 인생만사 새옹지마

부활조사실 어찌 보면 참 소외된 자리다누구라도 레이드에 오면 솔직히 네임드전에서 부활조 하고 싶지 않다! --; 오래 해서 꾀가 나면 부활조가 좋은 거라는 걸 알게 된다사망률이 가장 낮기 때문에 (.. 사실 낮은 수준이 아니라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사망 가능성이 '없는것이 옳다수리비가 제일 적게 나오는 것이다게다가 물약값도 안든다. (....)
하지만 편한 것만 따진다면 높으신 나리께서 테니스를 몸소 치실 이유가 없고 게임도 할 필요가 없는게 아닌가누구라도 네임드를 잡을때 직접 칼 담궈보고 싶지 -_-;; 뒤에서 죽은 사람만 찾으면서 부활 캐스팅하고 싶지 않다같이 이야기하면서 친해질 파티원도 없이 8파에 홀로 남은 채로는 더욱 그렇다
.

하지만 모든 일에는 도가 있는 법기왕 몰락(...) 한 바에 이 일이라도 열심히 해보자고 결심한 초보 성기사는 부활조의 도를 깨닫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그 결과무수히 전멸을 반복했던 마그마다르 전에서 단신으로 공대 전력 중 절반 가량을 되살리고! (한 타임에 20명씩 부활시키기도 했다물론 저 중에는 3번 죽었다 일어나는 사람도 있다 (...)) 나중에는 누군가 죽기 전에 저 사람이 오늘의 1번 사망자겠군 예측하고 그 자리로 미리 이동하여 예측 부활을 하는 신기를 보이기도 했다! (... 오래 하다보니 저런 것도 되더라
)

이렇게 너무 열심히 부활조를 하다보니 원래는 적절히 부활 클래스 중에 돌아가면서 했어야할 것 같은 이 역할을 고정으로 맡게 되었다공대장에게 나도 싸움하고 싶어요 라고 울었더니 돌아온 대답
.

"
에덴님 부활은 특제라서 피랑 마나가 더 많이 회복되는 것 같아요그냥 계속해주세요
."

-______________________-;;;

나중에 공대가 마그마다르를 거의 사상자 없이 잡게 되었을 때도 나는 여전히 한동안 부활조로 남았다언제나 예측 불허의 상황은 있는 법이니한 사람은 항상 맨 뒤에 최후의 보험으로 남겨두자는 생각에서였다그래서나는 마그마다르를 킬하고세번째 네임드인 게헨나스네번째인 가르다섯번째인 남작 게돈여섯번째인 샤즈라일곱 번째인 설퍼론 사자여덟 번째인 골레마그아홉번째인 청지기 이그젝큐투스를 킬할 때까지
..............

그 모든 네임드 킬의 현장에 있었으나정작 그 네임드에게 칼질 한 번공대원에게 힐 한 번 제대로 못하고언제나 전선의 바깥에서 공대원의 생명력 바만 지켜보는 부활조로 남았다오랜 기간이었다매우매우매우 심심하고 한가했다
.

하지만 인생만사 새옹지마인 법부활조를 했기 때문에 못 누린 즐거움이 있었던 반면부활조를 했기 때문에 볼 수 있었던 독특한 즐거움들도 있었다.

우선레이드를 시작하면서부터 '파티'가 아닌 '공대전체를 보는 동체 시력을 확보했다. -_-;;
그리고 가장 먼 자리에서 전투 현장 전체를 바라보았기 때문에 전투의 전반적인 진행을 알 수 있었다부활을 하다보면 감이 온다이번 판은 실패다혹은 성공이다 - 그런해당 파티 사제와 드루성기사의 마나를 보고해당 파티 도적과 법사의 체력을 보면 5초쯤 후에 누가 죽을 지를 알 수 있다
.
그리고 부활은 항상 대상 캐스팅이기 때문에 누가 가장 높은 비율로 사망하는지 알 수 있다덕분에 공대 초기에 타클래스의 이름도 빨리 외울 수 있었다

"
오늘 마그 전에서 세번 누우신 도적 XXXX오늘 하루 화산심장부 돌면서 총 7번 누우신 XX이라거나
.
"
사제 XXXX님은 항상 게돈 전에서는 11시 방향에서 사망드루 XXX님이 눕고 나면 3초쯤 후에 사제 XX님이 눕게 되지"라는 식으로
.

그뿐이 아니다언제나 8파에 혼자 있는그래서 인내나 야징 버프를 챙겨줄 파티원도 없는 가련한 부활조(!) 하지만 그 가련함은 겉보기 뿐이었으니오히려 고정적으로 8파에 혼자 남아있다보니 동정표를 받아 공대 시작하고 파티 구성이 완료되면 '에고 오늘도 에덴님 또 혼자시네라면서 '혼자라고 울지 마시고 필요할때마다 사탕 달라고 하세요귓말 건네며 생명석 챙겨주는 흑마님도 있고죽을 때마다 꼬박꼬박 인내 지능 야징 버프가 어디선가 날아오고 '저 죽으면 제발 몰래 부활 좀' (...) 하고 부탁하는 도적(...)분도 있었다


비록 파티창을 통한 커뮤니케이션과는 다른 맛이었지만부활조에게는 부활조만의공대 전체와의 가늘지만 가지가 많은 소통법이 있었던 것이다

.
그래서지금 생각해보면 레이드 초창기 부활조로 참여했던 그 시기가 참으로 재미있었던 것 같다
그후 블리자드는 '레이드 인던'의 네임드 전에서는 공격대의 1명이라도 전투 상태가 될 경우 전원이 자동으로 능동적 전투 참여 상태가 되도록 패치를 해버렸다그래서 이제는 예전처럼 부활조 가동이 불가능하다이제 저 부활조의 추억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렸다


그러나한때 부활조였던 초보 성기사의 모험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인생만사 새옹지마. 1파 기사에서 8파 부활조로 영락을 경험했던 초보 성기사에게운명은 또 다른 반전을 준비하고 있었으니


다음 편을 기대하시라짜잔. (언제 쓸진 알 수 없음)

 

9. 개국그리고 위기

지금부터 하게 될 이야기는 좀 더 구체적인 우리 공대의 비사(...)에 해당되는데이런 이야기를 하려면 자연스럽게 해당 캐릭터의 닉네임을 안 밝힐 수가 없다하지만 다 밝히면 프라이버시 침해가 될 수도 있고그렇다고 구체적인 이름을 쓰지 않으면 이야기가 주인없이 떠돌 테니 타협책으로 적절한 약칭을 각 캐릭터마다 쓰기로 하겠다.


공대를 창설하고사람들을 모으고초기 공대를 이끈 공대장은 인간 여자 마법사 캐릭터로 리즈라는 분이었다얼핏 듣기로 다른 서버에서 화심 남작 게돈 공략까지 레이드 경험을 했던 모양이다바로 나를 만년 부활조(-_-)로 부려먹은 장본인이다.

개국공신창립 공대장에 기대되는 덕목대로 이 초대 공대장은 상당히 의욕적이었고엄격했다낯모르는 사람들이 40명 가량 모여 버겨운 몹을 공략하는 과정에서 군기가 안 잡히면 당연히 지지부진해진다사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아마 공대 초기에 만들어진 그 공대의 '기풍'이라는 것이 상당히 오랫동안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라는 점일 거다아무래도 창립 공대장이 헐렁한 사람이면 시간 개념이나 일사불란한 행동 통일 등도 기대하기 어렵다
.

그런 면에서 초대 공대장 리즈님은 상당히 엄격했다첫날 화산심장부 용암의 파괴자를 잡는데 "성기사분들 힐 안하고 칼질 하면 벌점 나갑니다" 소리를 듣고 얼마나 서러웠던지
! (...)

지금이야 막공을 가도 화심에서 클래스별로 해야할 일에 대한소위 '개념'이라는 것이 상식화가 된데다가정규 레이드팀이라면 신생일지라도 상당수가 다른 캐릭터로 화심 공략을 경험해본 소위 '부캐 사치형' -_-;; 인 경우가 많아 일일이 지침을 내려주지 않아도 알아서 할 수도 있으나작년 7월말의 상황은 상당히 달랐다그런 면에서 날카로울 정도로 엄격하게 레이드의 군기를 잡으려는 초대 공대장의 노력은 대단히 집요했다.

40인 공대에서 공대장과 함께 팀의 두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MT, 메인탱커다탱커란 엄격히 말하자면 (39인이 맞을 매를) '대신 맞아주는 사람'이다몹의 공격력이 워낙 강하고클래스별 역할과 능력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탱커 클래스가 아닌 경우 힐을 받아도 버틸 수가 없는 것이 이런 게임의 기본 구조고힐 포커스의 집중과 몹의 위치 고정을 위해서라도 '맞아주는 역할'이라는 것이 필요하다와우에서 전사 클래스가 이 역할에 특화되어 있다.



공대장 리즈님과 함께 초창기 우리 공대의 방패 역할을 맡은 것은 메인탱커에게 너무나 잘 어울리는 상처라는 이름의 나엘 전사였다공대장 리즈님이 꼬장꼬장 잔소리 심한 시어머니 같은 이미지였다면 (...실례), 메인탱커 상처님은뭐랄까유들유들 유연한 서브 리더랄까그런 느낌이었다이렇게 투탑 체제로 화심 네임드 공략이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던 어느 날.공대 최초의 위기가 찾아왔다.

사건은 이렇게 시작된다그날은 남작 게돈을 공략하는 날이었다가르를 잡은 뒤 공대원들은 가르 마당에서 진형을 갖추고 기다리던 때였다공대장이 게돈 공략의 지침을 열심히 설명하고 파티별 상황을 체크 중이었다당일 몹 풀링을 맡은 사냥꾼은 게돈을 당겨올 준비 중이었다금방이라도 끝날 것 같던 공대장의 마지막 체크가 계속 이어졌다잔뜩 살기를 돋우고 (..) 게돈을 기다리는 공대원들만의 하나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최후의 잔소리를 추가하는 공대장매맞을 준비를 갖춰놓고 대기하고 있는 메인탱커신호만 떨어지면 게돈을 당겨올 준비를 하고 있던 사냥꾼
.

이 상화에서 메인탱커 상처님이 ' 고고.' 라고 사인을 냈고아직 말이 다 끝나지 않은 공대장이 스톱을 외쳤지만풀러는 메인탱커의 지시를 받고 곧바로 풀을 했다게돈이 달려왔고미묘한 사인 미스로 엉거주춤한 상태가 되어버린 공대는 곧 전멸을 했다


전멸 후공대장은 엄격하게 말했다
.

리즈제가 풀 사인 안냈는데 왜 풀링 하셨습니까사냥꾼 XX님 경고 드리겠습니다동일한 상황 또 발생하면 벌점입니다


여기서공대장의 의사와 무관하게 풀 사인을 내버린 (이를 테면 지휘 체계에 혼란을 준메인탱커는 바로 미안하다고 말을 했지만 (그는 성격은 급했지만 전술한 바와 같이 유연한 사람이었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위압적인 공대장의 말에 대해 풀을 맡았던 사냥꾼이 반발을 했고이 반발에 '평소 공대장이 너무 강압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게 분명한몇몇 공대원이 가세를 했다물론 '40명을 이끌다 보면 어느 정도 강압적인 말이 나올 수도 있는 거지만 그건 감정적인 게 아니니 공대원들이 맞춰주고 따라줘야 하는 게 아닌가다른 이유도 아니고 빠른 공략을 위해서 공대장도 애쓰고 있는 건데 그런 이유로 딴지를 걸면 쓰나?' 라는 중재 발언도 만만치 않게 나왔다


어느 쪽이 옳았느냐는 둘째 문제로레이드 현장에서 이런 말다툼이 일어나면서 당일 레이드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싸늘해졌다약간의 충돌 후 다행히 피차 사과를 하고 표면적으로는 정리가 됐으나어쨌든 충돌은 상처를 남겼다막 처음 화심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웬만큼 강압적인 지시도 강압적이라고 느낄 수 없을 만큼 벌벌(...) 떨던 그 긴장감이 사라지면서 공대원들이 서로를 '인간'으로 인식하기 시작할 시점 쯤에 벌어진 최초의 충돌인 셈이다
.

이를 테면개국 초기의 체제 정비가 막 완료되는 시점에서 발발한개국세력 내부의 다툼왕자의 란 이랄까?

 

10. 출세의 시작

표면적으로는 잘 마무리가 되었지만이날의 사건은 초대 공대장 리즈님에게 '공대장 노릇'에 대한 재고를 해볼 계기가 되었던 것이 분명하다아마도여러 가지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공대 운영진에게 포인트상의 이득을 주는 공대도 있고운영진의 위치를 이용해 각종 비리 -_-;; 와 독선을 저지르는 공대 주축에 대한 온갖 고발들이 와우 커뮤니티에 끊이지 않긴 하지만대부분의 공대 운영진은 일종의 봉사직이고들이는 수고에 비해 실질적으로 일반 공대원보다 더 누리는 이득이란 없다잘해도 본전조금만 실수하면 온갖 비난에 시달리고 심적 부담은 이루 말할 수도 없다게임 연령이 늘어났다고 해도 20-30대의 젊은 사람들게다가 레이드를 뛸 만큼 게임에 몰두하는 사람들의 성격이란 대부분 지극히 개인적인 자유주의자들이다그런 사람들 중 누군가 어쩌다 보니 조직의 장을 맡는다무슨 큰 영광 보려고 하는 일도 아닌데맡고 나면 어떻게든 짊어지려고 애를 쓴다그러나 책임을 져서 따라오는 영광보다는 작은 실수나 생각의 차이로 인해 받게 되는 부담이 더 짜증난다누구라도 이런 상황이면 자문해보기 마련이다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나이 시간에 차라리 취업 준비를 하든가 일상 생활이라도 좀 챙길 것을이런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이것이 아마도모든 공대장들이 거치게 되는 관문이리라.


초대 공대장은 저 일 이후 그런 관문 앞에 섰다그리고, 7 25일 화산심장부 첫 출정을 했던 공대가 8 12설퍼론 사자를 킬하여 화심 최후의 보스인 라그나로스를 불러낼 세컨드 보스 청지기 이그제큐투스를 소환한 날일신상의 이유로 초대 공대장은 갑작스럽게 사퇴를 발표했다불과 보름 남짓한 짧은 재임기간이었다.

갑작스러운 발표였지만 사실 그 전주쯤소수의 멤버는 공대장의 사퇴의사를 알고 있었다앞서 언급한 사건이 있고 난 뒤,초대 공대장은 메인탱커 상처님과 또 다른 1명을 은밀히 (...) 불러 의사를 밝히고 인수인계 작업을 시작했다
.

많은 공대가 메인탱커와 공대장을 한 사람이 맡고 있기도 한 만큼 차기 공대장으로 지금까지 메인탱커를 맡아온 전사를 지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그러나또 다른 한 명은 의외의 인사였다
.

바로 부활조 -_-;;; 를 맡던 초보 성기사가 느닷없이 권력 교체의 현장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

이유는 딱 하나레이드 지휘는 상처님이 할 수 있지만하필 그분이 게임 외에는 컴맹 -_-; 이라 포인트 관리공대 카페 관리 등의 기능적 역할을 할 수 없을 테니 공대장을 보좌하는 매니저 역할을 부탁한 것이다초보 성기사는 절규했다
.

대체 왜
!?

공대장과는 애초에 면식도 없었고같은 길드도 아니었고레이드 경험도 전무했고무엇보다도 묻어가며 레이드를 즐길 수 있는 부활조 역할에 막 맛을 들여 흡족하고 평화롭게 놀고 있었는데 왜
!?

지금 생각해봐도 마땅한 답이 없다. -_-; 짐작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

...................... 
낭중지추가 아닐까? (아하하하하하)


초대 공대장과 초대 메인탱커는 공대 결성 이전부터 하위 인던 플레이로 만나 나름대로 친분이 있는 관계였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상처님은 리즈님을 상당히 심플하게 '떠나보냈던것에 비해초보 성기사는 엄청나게강력하게필사적으로 초대 공대장을 붙잡았다최소한 라그나로스는 잡고 가셔야죠! ;;;;;;;;;; (사실 그때 말하고 싶었던 건'님이 남으셔야 내가 편하게 묻어가지였다 - 먼산)

씨도 안 먹혔고예정대로 공대장은 곧 교체 되고 초대 공대장은 공대를 떠났다


8
 12새롭게 바뀐 2대 공대장(겸 메인탱커체제 하에서 카페 매니저로 취임한 초보 성기사의 인삿말은 이런 것이었다


<
우하하하저 출세했어요. ;;>


그러나출세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_-;; 과장에서 부장이사상무 되는 시마의 인생역정처럼 말이다. (젠장)

 

11. 오합지졸

초대 공대장의 사퇴로 인해 이제 공격대는 개국의 왕 태조의 시대에서 본격적인 통치권 확립의 태종 시대로 넘어가게 되었다. (...)

이 시기 공대를 이끌었던 공대장 겸 메인탱커 상처님은 영리하고유연하고감각적인 사람이었다엄격한 규칙 적용만으로는 공대를 이끌 수 없는 시기가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공대장을 보좌하는 매니저 역할을 맡게 되었던 초기그가 어떤 공대장이 될지를 알 수 있게끔 해주었던 인상적인 대화가 있다.

상처물론 지각이나 이런거 꼼꼼하게 체크해서 벌점 주고 그래야겠지만요그래도 어느 정도 융통성 있게 할 생각입니다.그러니 포인트 정리할 때 참고해주세요.

... 너무 딱딱해서 레이드 오고 싶지 않게 만드는 것보다 나을지도 모르지만그래도 지나치게 대충 하면 거기 익숙해져서 오합지졸이 되어버리지 않을까요
?

상처: ^^ 물론 그럴 수도 있죠
.

그럼 어떻게 하시려구요
?

상처: ^^ 딱딱한 군대가 되는 것보다는 차라리 오합지졸이 낫다고 생각해요.


저 말을 듣고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이 공대장은 믿을 수 있겠다'라는 결론을 내렸다물론 그도 공대를 오합지졸로 만들 생각은 아니었을 거다다만이 시기에 필요한 운영의 묘를 좀 더 '유연'한 것으로 잡았고 '유연성'을 선택한 결과로 오합지졸이 될 위험도 예측했고하지만 그걸 감수할 각오도 되어 있었던 것이다배짱이라면 배짱이다

사실 공대장을 맡은 사람이 '오합지졸이 되도 상관없다'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엄청난 배짱이다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런 직책을 맡으면 (게임인데도!)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첫번째엄청 긴장형심하게 책임감을 느끼고어떻게든 잘 해보려고 한다공대의 성패에 자신의 능력에 대한 평가까지 걸려 있다는 식으로 목과 어깨가 뻣뻣해진다목이 뻣뻣해져서 좌우를 돌아볼 줄 모르게 되고어떻게든 실패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어깨 위의 짐은 점점 늘어간다이런 사람은 위와 같은 말을 할 줄 모른다오합지졸이 될 수도 있다그래도 상관없다라는 배짱은 절대 못부린다오직자신이 느끼는 책임감만큼 따라와주지 못하는 공대원들을 '오합지졸'로 보며 탄식하는 일만 가능하다

두번째소극 체념형상황상 떠밀려서 공대장을 맡게 됐다잘하고는 싶지만 자신은 없다걱정은 태산이다. "오합지졸이 되면 안되는데안되는데안되는데..." 아니나 다를까 공대원들은 말도 안듣는다조금만 실패해도 주눅이 든다어차피 안따라올 걸 아니까 점점 일을 손에서 놓는다나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야라는 변명으로 자신을 위로한다그러다가 누군가 공대가 '오합지졸'이 되었다고 비판하면 눈썹이 처진다그리고 외친다. "나보고 뭘 어쩌라고!"


상처님은 저 두 가지 유형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다그는 배짱있게 '설령 오합지졸이 된들이라고 시작했다그리고 그런 배짱은 전적으로 자신감에서 출발한 것이 틀림없다

메인탱커로서 그는 일단화심에서 방향을 돌려 오닉시아를 정복하는 전술적 성과부터 쌓았다그리고 일주일 뒤에는 청지기 이그제큐투스를 거꾸러 뜨려 라그나로스를 팝업시켰다이 시기그동안 힘들게 힘들게 공략한 화산심장부의 모든 네임드들에 대한 공략이 몸에 익어가면서 이미 정복한 코스에 대한 시간 단축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유연한 만큼 감각이 좋은 탱커이자 센스있는 리더였기 때문에 전에는 하나 잡고 후우 한숨 돌리고 낑낑 전진하던 화산심장부의 코스를, 40명의 일치된 호흡으로 마치 물이 흐르는 것처럼 끊김없이 잡는 훈련이 되기 시작했다딱딱한 잔소리로만 읽히던 공대장의 지시 대신 눈 앞에 보이는 목표를 바로바로 지목하는 '전술 리더'의 목소리가 전면에 나서자공대 운영에 대한 이런 저런 불평불만들도 물 밑으로 사그러들었다서툰 이등병들이 조금씩 진급한 셈이다
.

생각해보면메인탱커이자 리딩전사로서의 그는 일종의 천재형으로 보이는 타입이었다. '보이는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그가 우리가 보지 못한 곳에서는 많이 고민하고많이 노력하고많이 괴로워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엄격한 규칙 적용과 호령 대신전보다 훨씬 빨라진 레이드 호흡으로 공대원들을 훈련시키고전사로서의 자신이 자연스럽게 공대의 중심이 되게끔 만들어나가는 것그것이 그의 장점이었다는 면에서세심한 운영자로서보다는 대범하고 능력있는 전사로서 지도력을 확보했다는 면에서이 시기는 이를 테면 군사적으로 탁월한 지도자에 의해 초창기의 혼란을 가라앉혀간 것이다


그러나, '천재'에게는 '천재'만의 단점이 있다요절의 운명은 그를 비켜가지 않았다. (쿠궁!)

 

12. 별전 - 오닉시아 이야기

천재의 요절(...)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기 전에 그 천재의 재임 시절에 있었던 에피소드 하나를 이야기하고 넘어가기로 하자오닉시아에 얽힌 공격대의 경험이다.

그런데그 전에 와우를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우선 오닉시아라는 드래곤에 대한 설명을 좀 해보자면..

오닉시아는............드래곤 암컷이다오닉시아의 혈통은 워크래프트의 세계를 아는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을 데스윙으로부터 전해져온다데스윙에 대한 설명을 간략하게 줄이자면, <원래는 나쁜 놈이 아니었는데 어떤 계기로 다른 용들을 배신하며 악의 상징이 된 검은 용>이다오닉시아의 오라버니는 바로 검은날개 둥지의 지배자 네파리안이다

오닉시아는 평상시에는 인간들의 대도시 스톰윈드의 왕궁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폴리모프해 지낸다무모한 치안대장 윈저가 오닉시아의 진짜 정체를 밝혀낼 때까지 그녀는 인간들을 속이고 음모를 짜고 어린 왕자를 통해 인간들의 세계를 주무르고 있다그러다가들통이 나면 바다 건너 테라모어 항구 근처의 음침한 저습지 한 귀퉁이에 있는 자신의 레어에 틀어박힌다그리고 오닉시아의 비밀을 푸는 퀘스트를 마친 공격대가 그 레어에 침입해올 때까지 웅크리고 앉아 기다린다잔인한 발톱과 불타는 브레스그리고 수십마리의 새끼용을 품고서.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그녀는 가계상으로는 분명히 '검은용군단'의 일원이다그런데색깔만으로 따져보면 블랙드래곤은 암흑계열의 브레스와 공격을 해야할 것 같지 않은가하지만 오닉시아는 주로 화염계 공격을 한다레드드래곤처럼

어째서일까예전에 그 사연이 하도 궁금해서 나름대로 억측 시나리오를 짜본 일이 있다.

오빠 네파리안의 둥지에 가보면 레드 드래곤 숫컷인 '벨라스트라즈'가 마약에 쩔어 이성을 잃은 포로가 되어 있다. (...) 그리고 벨라스트라즈는 네파리안의 의도대로원치 않으면서 정의의 용사들을 공격하게 된다이러고 싶지 않다고너희를 죽이는 나를 용서하라고 절규하면서 말이다.

네파리안은 왜 벨라스트라즈를 그렇게 괴롭히는 걸까!? 를 생각하면서 만들어본 스토리사실 오닉시아의 아빠는 데스윙이 아니라 벨라였던 거다! (...) 오이디푸스 컴플렉스가 있던 네파리안은 감히 사랑하는 어머니 (?) 와 불륜을 저지른 벨라를 용서할 수가 없었기에 그를 둥지에 가둬놓고 SM 놀이를 하고 (??) 사생아인 오닉시아는 오빠 네파리안과 결별하고 테라모어의 습지대 동굴에 숨어 세상을 원망하며 눈물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하하하하하.


그러나 위의 스토리는 그야말로 억측이다오닉시아 혈통의 비밀에 관한 진상은 사실 이것이다.

실제로 오닉시아는 레드 드래곤의 혈통이 섞여 있다왜냐하면그녀와 그녀의 오라버니 네파리안은 아버지 '데스윙'에게서 태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데스윙'은 검은용군단의 숫자를 늘리기 위해 후계자를 필요로 했으나 안타깝게도 '숫놈'이었나보다 (...사실 와우 세계 용들의 생식구조가 어찌 되는지단성생식이 불가능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그래서 이 놈은 악당답게도붉은용군단의 히로인(?) 알렉스트라자의 알을 전쟁 중의 혼란을 틈타 훔쳐냈다


이 알에서 태어난 것이 네파리안과 오닉시아인데, (다른 용의 알을 가져와 품는 것만으로 혈통이 전해질 수 있는 것인지 역시 용들의 생식 메커니즘은 정확히 모르겠으나이 비운의 남매 중 네파리안의 경우에는 '암흑 브레스'를 쓸 수 있는데 반해 (검은용의 혈통적 특징이 드러나는데 반해), 오닉시아는 암흑 브레스가 아닌 화염 브레스를 쓴다알렉스트라자의 혈통이 좀 더 드러나는 것이다
.
게다가드라마틱하게도 오닉시아의 껍질로 만든 망토에는 검은용군단의 필살 암흑 브레스인 암흑의 불길을 버텨내는 내성이 담겨 있다


... 
이걸 보면 바로 이런 스토리가 연상된다.

사악한 악당이 선량한 귀부인으로부터 쌍둥이 남매를 훔쳐와 지 자식인 것처럼 키웠는데 아들놈은 양부를 닮아 악당의 기질을 내보이고딸년은 자라날 수록 점점 생모인 귀부인을 닮아간다화가 난 양부와 못된 오라버니그리고 양부의 부하들이 미운오리새끼마냥 딸년(..)을 맨날 괴롭히면서 심심할때마다 암흑 브레스를 한 번씩 뿜어준다이렇게 구박을 받으면서 자라다보니 어느덧 그녀의 살갗은 암흑 브레스에 내성이 생기게 되고 (...........)



.... 
눈물이 앞을 가리지 않는가저런 불운한 성장 배경을 가진 삐뚤어진 소녀 드래곤 오닉시아의 앙탈을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용서해주어야할지도 모른다.

... 
하지만아무리 그래도 그날우리 공격대가 겪은 일을 생각하면오닉시아 이 망할 것은 심해도 너무 심했다!

 

13. 별전 - 오닉시아 이 망할 것!

오닉시아를 잡는 날이었다이미 몇 차례 잡아본 오닉시아였기에 사실 태평한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멀쩡히 잘 잡다가도 왜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이상하게 오닉시아의 딥 브레스가 자주 날아오는날. -_-; 그리고 브레스 한 방 마다 칼같이 우수수 희생자가 나는 날디버프가 유달리 적게 걸리는 날.. -_-;; 아무튼 악운이란 악운은 다 겹쳐서오닉시아를 잡긴 잡았는데 '너무나희생자가 많았다결정적으로생존자 중에 '부활 가능한 클래스' 1명도 없었다. ( -_-)

와우에서는 캐릭터가 죽으면 그 자리에 시체가 남는다이때 누군가 시체에 부활 마법을 써주면 바로 부활이 가능하다부활 마법을 써줄 사람이 없으면 영혼을 자기 스스로 시체까지 끌고 가야 부활이 된다.


오닉 둥지 내부에 부활 가능 클래스가 없으니 사람들은 영혼의 안식처인 무덤에서부터 귀신 상태로 허겁지겁 오닉 둥지까지 다시 뛰어왔다둥지에 진입하자 부활이 되었다그런데문제는 오닉시아 시체 가는 길에 있는 오닉시아의 파수병들이다이놈들의 전투력도 만만치 않은데다가오닉시아가 일단 죽고 나면 이 파수병들은 무한 리스폰된다그래서.... 혼란의 양상은 이렇게 되어버렸다.

<오닉시아 둥지 입구> ----<길목> -----------<오닉시아 둥지>
지점 B지점 C지점


A
지점에 연약한 부활 클래스등등이 들어온다. C 지점으로 가려고 하다가 B 지점에서 파수병들에게 또 죽는다. C 지점에는 부활이 불가능한 일부 클래스 생존자들이 남아 있다보다 못한 C 지점 사람들이 B 지점으로 가서 A 지점의 공대와 합류하려고 하지만그쪽에는 힐 클래스가 없으니 더군다나 B 지점의 파수병들을 이겨낼 수가 없다. C지점에는 또 하필 생존한 흑마도 없어서 소환도 못한다

둘로 나뉘어진 이산공대가 되어 우왕좌왕하다가 차라리 전멸해서 A지점에서 모두 합류해 B 지점을 격퇴하고 C로 돌아가자는 이야기가 나왔다우여곡절끝에 그렇게 하긴 했는데 정말 시간이 오래 걸렸다우째우째 C 지점으로 겨우 다 돌아와서거기 아직 남아있는 시체들을 부활시키고 어쩌고 하는 사이... 공대원들의 등뒤에서는 오닉시아의 시체가 '반짝거리고 있었다. (반짝거린다는 것은 시체 내부에 루팅할 아이템이 있다는 소리다)

그런데와우의 몹들은 루팅을 오랜 시간 안하고 있으면 시체가 저절로 사라진다오닉시아같은 월드 보스급의 몹은 사라지는 시간이 좀 더 길다여기에는 두 가지 단계가 있다.
만약 '누군가그 시체 내부의 아이템을 한 번이라도 클릭해서 들여다 봤다면사라지는 시간이 훨씬 빨리 온다. '확인된시체이기 때문이다아무도 확인을 안할 경우 통상 월드 보스의 시체는 1시간 가량 남아 있다(고 들었다테스트해본 적은 없다)


위와 같은 혼란상황이었기 때문에 아직 루팅 확인을 안해본 상태였다사상자들을 부활시키고 그러는 동안 누군가 그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일찍 시체가 사라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시체를 '붙잡고있어야 한다즉 루팅해서 전리품 창이 뜨게 한 상태로 대기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말한 혼란을 겪은 공대원들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고원래 루팅 진행을 맡아야 하는 공대장 역시 정신이 없기는 매한가지였고공대원 중 한 명이 나에게 잠깐이라도 시체를 붙잡고 있으라고 말을 했지만 부활 클래스인 나 역시 누워있는 시체들 쫓아다니느라고 바빠 챙기지를 못했다그리고 그러는 사이에 시간이 흘러 막 전열이 수습된 찰나
.

... 
오닉시아 시체가 사라져버렸다두둥
.

공대는 잠시 아노미에 빠졌다
. <(@_@)>
힘들게 잡은 용그 뒷수습도 오래 걸려 간신히 전리품을 챙기러 돌아와봤더니 전리품이 사라진 것이다이럴 수가
!!!!

이후 남은 일정을 거의 포기하다시피하고 전원 그 자리에 대기한 상태로 지엠 요청을 해서 공대장이 지엠과 협상을 했다.분명히 1시간 정도 남아있어야할 월드 보스의 시체가 너무 빨리 사라졌다는 것을 항의하고원래대로라면 루팅가능했어야할 전리품을 돌려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
.

상담은 오래 걸렸고공대원들은 오고가는 대화 내용은 모른 채 초조하게 공대장의 답변만 기다렸다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마침내 지엠이 직접 해당 아이템 목록을 불러주고포인트에 따라 아이템을 획득할 공대원의 가방에 아이템을 넣어주었다그제서야 겨우 공대장과 공대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몹을 잡는게 어려운것이 아니라 그 뒷수습이 더 어려웠던 끔찍한 경험-_-; 이었는데여기에는 공대원들은 모르는 후일담이 있다레이드가 끝나고 공대장과 잠깐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버그였나요정말 왜 그리 오닉시아 시체가 일찍 사라졌대요?

상처그거에덴님만 알고 계세요사실 지엠이 이야기하는데누군가 그 아이템 클릭해서 열어봤었대요


: -
-;;

상처그래서 그렇게 일찍 사라진 거죠로그에는 누가 클릭했는지도 나오더군요
.

누가 클릭했던 거에요
? ;;

상처: ^^ 그런데 그거 밝혀서 뭐하겠어요그냥 저만 알고 끝낼게요사실 우리측 과실이었지만 열심히 빌어서 아이템은 돌려받았으니 그거로 만족해야죠.


동의하고공대장의 루팅 진행 선언이 있기전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먼저 시체를 클릭해봤을 그 누군가에 대해서 나도 더 이상은 묻지 않았다

데스윙이 알을 훔치지 않았다면 오닉시아가 아니라 어쩌면 오닉스트라자가 되었을 지도 모를 불운한 R&B 드래곤 오닉시아에 대한잊지 못할 추억이다.

 

14. 조용한 목소리들

2
대 공대장 지휘하에 화산심장부의 최종보스인 라그나로스를 팝업시킨 것이 8 26일이다그런데기묘하게도그로부터 한달이 넘는 기간동안 우리는 라그나로스를 잡지 못했다이유는 무엇이었을까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 함께 회고담을 나누면서 2대 공대장은 당시의 느낌을 이렇게 술회했다.

도무지 알 수가 없었어요도대체 왜 라그를 못잡았던 걸까이리 분석해보고 저리 분석해봐도 답이 안나오는 거에요.


정말로당시에는 그러했다물론 여러가지 추측은 가능하다모든 공격대에서 공통적으로 제기되는인원 문제/묻어가는 사람 문제/라그나로스를 잡기에 적합한 공대 전체의 전반적인 화염저항력 상승 문제 등등.

그러나 그런 소소한 문제들이 '불가능하다싶을 정도로 공대를 괴롭히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그런데도 라그나로스를 못 넘어섰다도무지 답이 안 보이는 것이다전멸하고또 전멸하고또 전멸했다

세월이 흘러당시를 몇 걸음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게 된 지금은 어렴풋이 당시의 문제점과 한계가 눈에 보인다하지만 그때는 정말로 답을 알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대의 분위기 자체는 침체일로는 아니었다말했던 바와 같이 매우 유능하고 감각적인 공대장 겸 메인탱커가 있었기 때문에공대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은 채 남아 있었기 때문에 전멸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답답한 푸념보다는 격려의 목소리가 조금씩 흘러나왔다사실 이때부터우리 공대의 '독특한분위기라는 것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2대 공대장의 스타일이 영향을 미친 바가 크다.

공대에는 보통 두 가지의 목소리가 공존하기 마련이다사사건건 반론을 제기하고공대가 이렇게 저렇게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와조용히 사태를 관망하면서 이따금 분위기를 고무시키는 '착한발언을 해주는 사람들의 목소리다재미있게도공대장이 딱딱할 수록 전자의 발언권은 더 강해진다왜냐면 딱딱한 공대장의 발언에 '덩달아딱딱함을 얹어주던가아니면 그 '딱딱함'에 반발하면서 자기도 '딱딱하게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들의 목소리로 공대가 가득 차기 때문이다이런 상황에서는 조용한 목소리는 점점 아래로 가라앉고마침내는 아예 침묵하게 된다이론상으로는 '시간잘지키고공략에잘따르고묻어가지좀말고물약좀팍팍마시고그래야공략이될것아니겠습니까!'하는 소리가 그른 곳 하나 없이 옳다'공대장이무슨감투도아닌데그렇게딱딱하게굴어야겠습니까!벌점규칙이너무가혹하지않습니까!'라는 항의에도 일면 옳은 구석은 있다.조용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은 그런 문제로 따따부따하고 싶지 않다이렇게 가든 저렇게 가든 따를 수동적인 각오가 되어 있다다만 좀 '편하고' '재미있고' '신나게레이드를 하고 싶을 뿐이다그런데 온통 까칠한 이야기만 오고가면 그 와중에 '자 기운내자구요같은 소리 하기도 민망하다그냥 입을 다문다나혼자라도 잘하면 되지그러나 조용한 목소리들은 개별적으로 고립되면 공대의 분위기에 아무런 영향도 못 미친다집구석에서 부모가 맨날 재떨이 집어던지고 싸워봐라애들이 방긋방긋 웃을 수 있나.


다행히도 2대 공대장이 유연하면서도 만만치 않은 사람이었기 때문에일단 '까칠한공대원들은 그 유연함에 튕겨나가거나 혹은 만만치 않음에 굴복해서 큰 분란은 일으킬 수가 없었다그러자조용한 목소리들이 이따금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힘들 때 격려해주고자기부터 챙겨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드러나는 것이다물론어떤 상황에서도 묻어갈 사람은 묻어간다묻어가기는 인간의 본능이다. (...) 중요한 것은저 중간자적이고 수동적인 '착하고 조용한 목소리'들이 딱딱한 분위기에 억눌려 묻어가는 사람들 쪽으로 경도되지 않고그들 나름대로의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해내기 시작한 것이다나는 이 시기가 우리 공대의 특성을 만들어낸 가장 중요한 때였다고 생각한다

비록 라그나로스를 쉽게 넘어서지 못하기는 했지만이런 상황이라면 조만간 눕힐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면서 한 발 한 발,힘들게 힘들게 전진하고 있던무더운 여름이 끝나고 가을로 접어들던 어느날
.

레이드를 마치고 잠시 쉬었다가 저녁에 접속한 내게 공대장의 파티 초대가 날아왔다


나와 공대장그리고 몇몇 전사들이 포함된 그 파티에서나는 청천벽력과 같은 뉴스를 들었다.

 

15. 천재는 떠나고그 자리에.

제가 취직을 하게 됐어요내일부터 바로 끌려가게 되서공대에 더 이상 나올 수가 없습니다.


아득.
암담
.

공대장 겸 메인탱커라고 하면 공대의 중추적인 역할 두개를 모두 맡고 있던 중요한 기둥이다그 기둥이 갑자기 빠져나간다고 한다당장 내일부터.

공대장직도 넘겨야하겠고당장 내일부터 레이드 진행을 할 메인탱커도 선출을 해야할 상황이라 일단 급한 대로 연락 가능한 전사분들과 매니저분을 모셨습니다.



아득
암담
.

운명이란 이렇게 모질고 가혹한 것이다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해도죽음과 이별은 천둥벼락처럼 갑자기어찌 대처할 방법도 없게 다가오기도 한다이건 어쩔 수 없다레이드가 재미없어서게임에 지쳐서 떠난다 - 이런 것은 상황에 따라 설득도 시도할 수 있다하지만 이런 이별은 어쩔 수 없다레이드라는 것은, '언제든 이렇게 떠날 수 있는불안정한 외줄에 올라탄 40명의 만남이다


당장 '내일'부터인 것이다우선은 공대장보다도 메인탱커가 급했다


전원은 아니지만 지금 기억나는당시의 공대 전사진 구성은 이러했다
.

메인탱커설명이 필요 없는 공대장. /서브탱커대단히 과묵한 타입으로 메인탱커의 보조를 해주던 전사. -> 위 두 명은 방어특성을 탄즉 탱킹에 특화된 전사들로 기억한다
.

그외의 전사들은 방어특성도 있고무기분노 특성도 있었다하지만 화산심장부의 특성상 1,2파 전사 외에는 아주 역할이 두드러지지는 않았고한두명 좀 목소리 큰 사람을 빼면 하나같이 조용한 성격들이라 40명 남짓한 인원내에서 그리 눈에 띄지는 않았다거의 3달을 같이 활동하면서도 말 한 마디 안나눠본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솔직한 말로 당시의 전사들은메인탱커 상처님을 제외하고는 전부 전사 A. B. C. D. E ... 정도로 기호 분류를 할 수 있을 만큼 크게 구별이 가지 않는-_-;; 이미지들이었다. (.. 행인 1,2,3,4하고 크게 차이가 없었다
)

전사진들을 둘러본 나는 식은땀이 흘렀다저 중에 누가 과연 2대 공대장 겸 메인탱커의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솔직히 답이 안나왔다
 -______-;;

그나마 안심하고 맡길 수 있을 것 같았던그리고 경험도 있던 서브 탱커 전사를 돌아보았는데절망적인 대답이 나왔다.

이걸 어쩌죠저도 취업 문제 때문에 안 그래도 이번 주말에 공대 탈퇴 말씀을 드리려고 했는데 일이 공교롭게 되었네요.



..........
제에에엔장이제 공대는메인탱커와 서브탱커의 동시 공백이라는 암울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공대초기부터 이래저래 잔소리도 많이 하고 나쁜 말로 아는 척도 좀 하던 성격 까칠한 전사 A를 돌아보자, (초대 공대장과 싸우기도 했던 사람이다)

... 저는 무분 특성인데다가 탱킹에는 잘 안 맞아서... 게다가 알바가 있어서 출석이 가끔 불안하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 
젠장! --;; 아니하긴 저 까칠한 성격인 분에게 메인탱커 맡겼다가는 분란이 많을 수도 있지. ;

비교적 최근에 합류했지만 우리보다 선발 공대에서 다른 클래스로 활동하다 왔기에 경험도 지식도 많은 전사B, 그리고 공대 초기부터 활동했고 초창기에 나온 바람추적자의 족쇄를 *아무도* 먹으려고 하지 않아서 둘 다 갖고 있던 전사 C도 있었는데안타깝게도 셋 다 무분 특성이었다공대 분위기상 특성 강요는 하지 않았으나꼭 해야할 상황이었다면 변경을 간곡히 요청할 수도 있었을 테고뭐 지금에 와서야 하는 말이지만 무분 특성이라고 탱킹 못하는 것도 아니다그러나일단은 특성 상의 이유로 위의 사람들도 패스그외의 전사는 공대에 들어온지 얼마 안된 신입 전사 한 명 D . 역시 패스
.

하나 하나 소거를 해나가고 나니 맡길 사람이 없다마치 그 상황을 대변하는 것처럼 회의를 위해 모인 파티 채널에서 한 명 한 명전사들은 자기가 할 수 없다는 이유를 밝히고일이 있다거나 다른 이유로 파티 탈퇴를 해나갔다남은 사람들은 모여서 머리를 쥐어뜯다가 또 한 명이 나가고또 한 명이 나가고
...

그런 식으로 장시간에 걸친 답이 없는 대책 회의의 시간이 흘러갔다나도 한숨이 나왔다점점 내일 레이드 시간은 다가오는데누구도 이 짐을 맡을 사람이 없다어찌해야 하나주사위 굴려서 정해야 하나?

....... 그렇게파티에서 떠날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난 뒤.

돌아보니 파티창에 남은 것은 딱 세 사람이었다
.

나와

이제 당장 내일부터 공대를 떠나게 될 공대장
.

그리고 조용하게정말로 조용하게 이 모든 회의를 지켜보고 있던창설 첫날부터 3개월간 함께 레이드를 뛰었으면서도 거의 말 한 마디 나눠본 적 없는 아주 얌전한 전사가모든 사람들이 답을 주지 못하고 떠난 바로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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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1/10/17 16:22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박PD 2011/10/17 16:49 #

    아예 블로그를 폐쇄하셨기 때문에 연락처를 몰라서 허락맡기도 쉽지 않습니다.
    연락 가능하게 되면 다시 조치하겠습니다.
    조언 감사드립니다.
  • 2011/10/18 09:54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박PD 2011/10/18 10:27 #

    네, 그 분께 문의드렸습니다. 조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2011/10/18 10:5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박PD 2011/10/18 11:03 #

    오오.. 알겠습니다. 일단 그렇게 해 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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