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게임을 별로 안해가지고.

대충 살아가는 게임개발자님 블로그 안티러브님 블로그 에서 트랙백 합니다.
댓글로 대충 쓰긴 했는데,
부족하기도 하고 겸사겸사 생각나는 것도 있어서 정리해서 블로그에 써 봅니다.

제가 알던 팀에도 개발자가 꽤 많았는데,
팀원 개개인의 능력만 놓고보면 다들 진짜 괜찮은 분들이었습니다.
문제는 성실하시기도 했지만, 야심도 많은 분들이었달까... 해서,
예를 들자면, 메인 아트가 나왔을 때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던가
기획이나 프로그래밍 쪽에도 자신의 생각이나 기법이 발탁되지 못하면
이 때문에 상처를 입고 팀을 옮긴다던가,
다른 팀원들끼리 모여서 파워게임을 하는 바람에
그 분이 하던 작업이 다 취소되고 새로 오신 분은 또 처음부터 자신만의 작업을 만들려고 하고...
이런 일이 반복되던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팀의 우두머리가 팀의 방향을 정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서로의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모여서 하는 프로젝트가 잘 굴러갈려면,
조직이 '머리'들만 모여있는 역삼각형 구조 대신
자신의 일에 대한 관심과 일에 대해 성실한 분들이 뒤에서 작업을 받쳐 주는
정삼각형 구조여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이 분도 자기 게임의 장르는 잘 모르시더라도, 아트쪽에 대한 능력과 열정은 있으시겠지요.
혹은, 게임에 대한 관심은 없어도 건축이나 회화, 움직임, 무기, 카메라 워크 같은
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이라도 많으실 수 있구요.
그리고 윤정님 말씀대로 마이크를 갑자기 들이대면 말이 잘 안 나오기도 합니다.
저도 '이소라의 프로포즈'때 이소라씨가 당시에 머리 묶고 있던 저에게 '락 하세요?' 물어 봤는데
아무 말도 안 나오더군요 ㅎㅎ 결국 편집되고 :)

약간 다른 얘기들을 좀 이것저것 하자면
게임에 대한 열정을 많은데, 너무 게임에 대한 열정만 많아서
하루 종일 게임만 하고, 회사에 와서도 타사 게임을 계속 하면서 자기 개발하지 않는 개발자보다는
게임은 잘 모르더라도 팀 내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해서
팀에 보탬이 되는 개발자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또 팀에서 버그가 생겨서 디버깅 할 때도
꼭 디버깅을 잘 하는 사람만 버그를 찾는게 아니라,
각각의 상황에 따라 DB 를 잘 하는 사람이 버그를 찾기도 하고
웹을 해 봤던 사람이나, 스크립트 언어를 해 봤던 사람,
또는 타사 게임이나 우리 게임에서 비슷한 컨텐츠를 해 봤던 사람들이
같이 의논할 때 버그를 금방 잡을 수 있더군요.
닥터 하우스도 자기랑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팀원으로 안 뽑죠.
(이 부분은 나중에 다시 얘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리하자면,
기본적으로는 자신이 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열정이 있는 개발자가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그런 열정보다 실력이나 감각이 있는 개발자가 팀에 더 필요할 수도 있고
여러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어야 조직의 체질이 건강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합니다.

PS : 공각기동대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토그사라는 ㅎㅎ

by 박PD | 2009/06/21 23:55 | 개발 이야기 | 트랙백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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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써니 at 2009/06/22 00:01
아... 토그사...! 매력적인 캐릭터죠~ ㅎㅎ
Commented by Silver at 2009/06/22 01:07
게임을 잘안해가지구~ 로 시작해서.. 너무 밀어붙이는 컬투 -_-;;
Commented by dwha at 2009/06/22 10:56
공감합니다.
게임 자체보다 개발이 좋아서 게임회사에 계시는 분들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박PD at 2009/06/22 13:14
그런 분들도 팀에 공헌하는 바가 충분히 있겠죠...
Commented at 2009/06/24 15:0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맥행 at 2009/06/25 11:47
아...100% 공감입니다
Commented by TTF at 2009/06/28 22:16
닥터하우스 ^^
참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해주죠. ㅎㅎ
Commented by 박PD at 2009/06/29 09:09
닥터하우스와 디버깅이라는 주제로 얘기해 볼 만한게 많은 거 같아요. ㅎㅎ
Commented by 두기 at 2009/06/29 02:59
요즘 여전히 새로운 걸 배우는 입장에서 적어본다면, 그래도 장기적으로 잘 되려면 "contents"를 아는 사람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해야 하는 시간에 일이 아닌 다른 걸 너무 대놓고 하면 안되겠지만요(그건 "contents"에 대한 사랑이라기 보다는 계약 위반이라고 보여져서...)

일반론은 여기까지 적고, 가장 이상적인 팀이라면 매일매일 게임만 하는 사람 + 게임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 적당히 양쪽다 알지만 먹고 살아야 해서 하는 사람 이 섞여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ps. 너무 간만에 와서 뻘리플 달았다고 미워하진 말아주시길. -_-;;;; Dr. House에서 요즘 중요한 이야기는(이미 요즘이 아니지만) "약물 남용하지 말기"라서.... 예전처럼 "I know everything" 분위기가 없어서 슬퍼요.
Commented by 박PD at 2009/06/29 09:10
넹.. 저도 두기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그러고보면 우리 팀 나름 잘 섞여있는 건지도 몰라요 ㅎㅎ
Commented by necris at 2009/06/29 10:03
처음 글을 남깁니다..
매우 공감가는 말씀을 하셔서 용기내서 적어 봅니다.
너무 머리만 많아서 문제가 생기는 팀보다는 서로 맡은바 책임을 다하는 팀이
이상적이라 생각합니다..
비근한 예로 저희팀에 비슷한 분이 계셔서 지속적으로 게임에 대한 강요!?
를 하다가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해보니 그분의 열정이 게임의 컨텐츠는 아니지만 위 글에서 명기하신 자신의 특화된
팀에 도움이 되는 다른 관점의 열정을 가지시고 작업에 임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고는 크게 배운바 있습니다.
Commented by 박PD at 2009/06/29 16:01
네. 저도 팀원들마다 팀에 기여하는 방법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necris 님 덕분에 또 다른 사례를 하나 알게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쿠테 at 2009/08/02 23:17
본분을 잊지않고 수위를 잘 조절하면서 개발해야지요. 좋은 글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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