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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라이제로조직'은 위험하다. 사는 이야기

유전 알고리즘이란 게 있다. 문제풀이에 필요한 값을 유전자처럼 만든 후 원하는 최적해를 찾을 때까지 교배를 시키는 방식이다. 여기에서 '지역 최적점(국부 최적점, local optimum)'이라는 재미있는 개념이 나온다. 그림을 보면 알겠지만, 1번 위치보다는 3번 위치가 더 낮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1번에서만 보면 여기가 가장 낮은 곳처럼 보여서, 아무리 오랜 세대동안 교배를 시켜도 더 이상 3번으로 가지 않는 점을 얘기한다.


그럼 지역 최적점을 빠져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적당히 경험적으로(heuristic) 돌연변이(mutation)을 일으켜 줘야 한다. 대부분의 돌연변이는 전혀 엉뚱한 값을 가리키지만, 아주 가끔 돌연변이가 2번 턱을 넘어 3번을 가리키게 해서 지역 최적점을 빠져나갈 수 있게 도와준다. 유전자 알고리즘에서는 돌연변이를 어떻게 잘 일으켜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다.

꼭 '또라이'만 이런 걸 할 수 있는 걸까? 남코에 오리지널 신작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뭔지 아는지?  이런 문제는 비단 남코만의 얘기는 아니긴 하다. 다른 게임 회사에서도 대부분 유명 작품의 차기작을 개발해서 안전하게 돈을 벌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이래서는 '지역 최적점'을 빠져나올 수 없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Tsutomu Kouno 씨가 있는데, 이 분이 아마 '이코' 를 개발하는 도중에 새로운 게임을 구상해서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개발자 2명과 함께 만들어 낸 게임이 'LocoRoco' 이다. 그 다음으로 나온 게 '파타퐁'이고.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 이 사람, 잘 모르긴 해도 회사에서 충분히 편한 위치에 있지 않았을까? 대강해서 성공할 거 같은 대작게임쪽에 있었다면 돈도, 명예도 쉽게 얻을 수 있었을 거 같은데... 괜히 전투도 없고, 사람도 아닌 슬라임 비슷한 걸 굴리는 특이한 신작 게임 만들다가 망하면 이력에 큰 손상이 간다는 부담감도 있었을 텐데도 그걸 해 냈다. 그리고 성공했다.

직원들 중 '또라이'가 없으면 회사는 점점 정체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것은 직원 개개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나 역시 '또라이'가 되지 않는다면, 지역 최적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적당히 괜찮은 개발자로 남아 있게 될까봐 두렵다. 회사 입장에서는 회사를 변이시켜 다양한 (비지니스) 환경의 변화에도 회사를 건강하게 유지시켜 줄 수 있는 변이 유전자 역할을 해 줄 '또라이'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개인(그리고 나 스스로) 역시 '그냥 말 잘 듣는 착한' 직원이 되어 '지역 최적점'에 머무르지 말고, 전역 최적점을 찾을 수 있는 '또라이' 가 될 수 있어야 한다.

PS : 그나저나 요즘 학생들은 아예 개발자라는 '지역 최적점'을 빠져나가기 위해 '고시'나 '의약학 대학원' 같은 전역 최적점을 향해 가는 거 같다. 누가 맞고, 누가 틀린지는 모르겠지만, 국가적 입장에서도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덧글

  • shadow-dancer 2008/06/13 13:53 # 답글

    여러 모로 동의합니다. 그런데 또라이제로조직의 또라이는 창의성보다는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것에 둔감한 싸이코패스에 가까운 어감이니까요. 그런데 역으로... 한국 게임 회사에서는 시리즈 프랜차이즈를 좀 더 적극적으로 밀어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립시킬 필요가 있을 듯 해요. 리니지1 이후에 2가 성공한 것처럼, 다른 히트 게임들도 속편이 별개의 타이틀로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할텐데 말입니다. 그래서 던파의 네오플이나, FPS 히트작들의 속편들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 박PD 2008/06/13 15:29 #

    그런 의미에서 '마비노기 영웅전' 같은 시도도 괜찮아 보이네요. 프렌차이즈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내면서도 다른 느낌의 게임을 만들고 있으니까요.
  • 최재훈 2008/06/13 13:56 # 삭제 답글

    윗분이 말씀하신대로 또라이제로조직을 끌여들인 건 약간 무리인 듯 합니다. 그래도 뭘 말씀하시는지 알아듣는데는 문제 없네요.^^
  • 박PD 2008/06/13 15:28 #

    그냥 자극적으로 보일려고 일부러 그런 단어 쓴거예요. ㅎㅎ
  • Steven Yoo 2008/06/16 03:59 # 삭제 답글

    호오 흥미롭습니다. 유전자 알고리즘을 이런식으로 적용해주시다니.
    "개발자라는 '지역 최적점'을 빠져나가기 위해 '고시'나 '의약학 대학원' 같은 전역 최적점을 향해 가는 거 같다."
    그래프를 한국이 아닌 세계로 확장해서 bird eye로 보면 고시나 의약학 대학원이 꼭 전역 최적점은 아니죠 ^.^
    이런 휴리스틱이 가능하도록 우리 나라도 벤처들이 활발하게 나올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박PD 2008/06/16 10:18 #

    벤처 환경이 잘 되어 있고, 세계 시장에 팔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면, 좀 더 높은 곳으로 나갈 수 있을 거 같아요.
    저도 '고시' 외의 다른 전역 최적점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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